오래된 문장(微微한)

모추[暮秋]

작은이1 2011. 1. 8. 22:23

모추[暮秋]  

 

 

 

음력 9월하고도
여러 날 지난 어느 날
늘 다니던 가로수 길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옵니다

나는
정물처럼
가던 길에 멈추어 서서
마지막 가을볕이 쏟아지는
벗나무의 그늘을 보았습니다
더부살이 같이
물들지 못한 나뭇잎의
어색함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닮은 것들은 떼로 굴러다니며
발길을 희롱하고
모난 것은 나무 가지 끝에서
춥게
춥게 살을 부빕니다

불어오는 바람에 살갗의 부피를 말리며
조금씩 색의 변조를 꿈꾸는 파편들
얇아 질대로 얇아지면
모추의 그 날은 한 마리 나비였다고
옅은 꿈들이 기지개 켜며
푸른 하늘로 회천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억자로 꺾어지는 그 짧은 거리에서
나는 가벼워지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보았습니다.
단풍 색 나뭇잎의 귀천을 그렸습니다

 

심 정 미

'오래된 문장(微微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화방찻집  (0) 2011.01.08
문제  (0) 2011.01.08
계림에서 차 한잔을  (0) 2011.01.08
억새밭  (0) 2011.01.08
추상(追想)   (0) 2011.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