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흙으로 빚었는지
틈만 나면 마른 가슴이 되는 그 여자.
몹시 추워서
수도관의 동파로 물기를 잃어버린
그 해 태어난 그 여자
삶도 겨울 같은 것으로 오인하며
시린 발 오므리고 주저앉던 그 여자
유년기가 지나고
청년기가 흐르는 동안
할 줄 아는 것이라곤
잘 웃는 것이 전부라고
버섯 같은 지붕 아래서
고운 웃음이나 퍼주는 여자
그 여자 그래도 딸기 같은 아이 둘 가졌다고
그저 그런 딸이 여도 남들과 다르다고
지 자식은 남다른 기질이라도 타고났는지
은근한 자식 자랑에
속이 다 보이는 여자
마흔 몇 해를 거치는 동안
행복은 더러 가뭄에 물길같이 뜸하게 방문한다지만
고통은 때마다 오는 끼니처럼 치근덕거린다지만
한숨 같은 저녁놀을 벗어놓고
낭창히 웃을 줄 아는 그 여자
오늘은
낮은 지붕 아래 가만 앉아서
소원 몇 개 하늘에 올려다놓고
내일을 점치고 있다
무엇이 될까나 어떻게 될까나 신은 아무 말이 없는데
신처럼, 여신처럼 중얼거리며
"나는 괜찮아요 괜찮으니까요
딸기 같은 저 어린 여식만은" 하며
눈물 쏙 빼는 여자
그 여자
오뉴월 땡볕에 흩어질까
마른침조차 삼키며 물기를 아끼는
심장이 쪼그라든 여자
못난 그 여자
심 정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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