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층 난간에 앉아 바라본 어둠의 지평
나는 기꺼이 도시의 밤을 염탐한다
긴 꼬리 여우가 재빠르게 대로를 빠져나가고
방울뱀의 유연한 몸매 좁은 골목을 돌아
콘크리트 수의 속으로 사라진다.
포위망을 좁히면 과부하에 걸린 환락의 비명
오랜 관성에 의한 탄력적 선택
사생활은 대체로 눈감아준다.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는 순례길
나는 일순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생각보다 가까운 소돔 이승보다 먼 가나안
사람의 행렬 끊이지 않는 밤의 유적지
그 방대한 내력을 다 읽기엔 새벽이 너무 가깝다
가시거리 내 교회 첨탑의 시뻘건 광선
그의 눈은 예리하고 동작 하나하나 분해한다.
두개골 내 전두엽까지 감시의 끈을 조이면
불리한 조건이 되는 나
들키기 전의 귀환이다
(복잡하게 설킨 길이 단조로워지고
스산하던 뒷골목
빛이 만든 풍경 추상적이다)
심 정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