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물가(詩詩한)

죽은 다육을 보다

작은이1 2011. 1. 22. 18:42

 

영하의 날씨

기온을 견디지 못한 일년생 다육

간밤 새파랗게 질려 몸 졌다

기가 빠져나간 육의 기울기를 잘라내며

몸과 마음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깊어지는 생각

(하루를 무사히 나거나

한 계절을 탈 없이 건너는 데 대하여 관대해진다)

 

 

 

한 노파가 추위와 굶주림

냉대와 무관심에 죽었다는 익명의 제보를 들으며

먹고 사는 일이 진실이란 말에 실리는 무게

잘못 쓰여 진 문장을 지우듯

지하도에 모인 노숙의 흔적을 닦아내는 뉴스를 보며

밥벌이에서 멀어진 사람들

한 때는 실명의 이름으로 견고했을 우리들의 아버지를 떠올렸다

 

 

 

살아가는 일이 견디는 일이라는 데

무채색의 겉옷이 만든 공손의 굴곡을 보며

불편하다 저 남루들

한 명 혹은 두세 명 때로는 대오를 이루는 무기명들

(이 겨울 무사하시라 소망 같은 흰 쌀밥과

짓밟힌 자존의 주름

넓게넓게 펴주고 싶었다)

 

 

심 정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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