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에 대한 사유
여름 내내
발을 가두던 신발을 신발장에 넣으려다
얼만큼 해어졌나 밑창을 들여다본다.
내 기억의 각도만큼 닳아버린 밑창
빼곡하던 시간의 밀도는 발걸음마다 새어나가
헐렁한 모습이다
저 허술한 직립의 흔적을
고이 간직하듯 어둠 속에 가둬버리면
한 계절의 속박도
침묵의 평화 속으로 침잠하는 것을
며칠 묵은 신문지 겹겹이 입히고
진자리 닦고 쌓인 먼저 몰아내치고
내년을 기약하며
세월 한 층에 고이 넣었다.
한 몇 달은 저렇게 몰매당한 기분으로
버티고 있으리라
시간 한 토막
토막 뼈 발리듯 헤아리며
긴긴 날들 대부분 불면일지 모르겠다
어쩌면
고립의 영토 끝자리에 서 있는
그대처럼
해 저물도록 날 저물도록
붙박혀 낡아 갈 정물
삶의 모서리마다
서려있을
애정의 기미도
끊어내고
습한 인정도 단단히 말린
이 꼬질꼬질한 몸뚱아리
심 정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