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문장(微微한)

껍데기에 대한 사유

작은이1 2011. 1. 8. 23:21

껍데기에 대한 사유





여름 내내

발을 가두던 신발을 신발장에 넣으려다

얼만큼 해어졌나 밑창을 들여다본다.

내 기억의 각도만큼 닳아버린 밑창

빼곡하던 시간의 밀도는 발걸음마다 새어나가

헐렁한 모습이다



저 허술한 직립의 흔적을

고이 간직하듯 어둠 속에 가둬버리면

한 계절의 속박도

침묵의 평화 속으로 침잠하는 것을



며칠 묵은 신문지 겹겹이 입히고

진자리 닦고 쌓인 먼저 몰아내치고

내년을 기약하며

세월 한 층에 고이 넣었다.

한 몇 달은 저렇게 몰매당한 기분으로

버티고 있으리라

시간 한 토막

토막 뼈 발리듯 헤아리며

긴긴 날들 대부분 불면일지 모르겠다



어쩌면

고립의 영토 끝자리에 서 있는

그대처럼

해 저물도록 날 저물도록

붙박혀 낡아 갈 정물



삶의 모서리마다

서려있을

애정의 기미도

끊어내고

습한 인정도 단단히 말린

이 꼬질꼬질한 몸뚱아리




심 정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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