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문장(微微한)

불면(不眠)

작은이1 2011. 1. 8. 23:29

불면(不眠)  


전화기를 내려놓고 난간에 앉았는데

이상한 일이다

다 저녁 누가 떠나가는 것일까

예감처럼 떨리는 시간

여느 날 같이 어둠 내리고

별들 떠오르고 달빛 푸른데

인간 밀림의 그늘 아래에선

좀은 달콤하고 씁쓸한 말들 달떴다는 소문에

현실 경계 밖이 얼마나 수선스러운지

그 때문일까? 더 세심하게 그을리는 밤

누가 나를 지우고 있는 밀교의 흔적 하지만

오래두면 쌓이고 맺힌다는 경화상태를 사모하고 싶다

그것이 환각으로만 견디게 할지라도

반항하지 못할 기운에

스스로 흡수되어 생을 긋기까지 위태로워 보기

그렇게 업이 바래지는 동안

밤은 깊어졌나보다

시간의 아득한 곳에

뼈라도 부수어 흩뿌리는 듯

나풀나풀 불빛 터져 나온다

오늘 밤에도 저 세상 안엔

누군가 성대를 놀려 암수상열지사 하고

그 때문에 열중하던 연에 되받쳐

시들시들 말라가는 사람 늘겠다

끌려갈까, 무엇이던과 어떤의 가장자리로

내가

빈집처럼 앞섶 풀어헤치고 허물어지는 지경에 든 




 

심 정 미

'오래된 문장(微微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근(路根)  (0) 2011.01.08
배화등꽃 외  (0) 2011.01.08
치명(致命)   (0) 2011.01.08
예차에서  (0) 2011.01.08
누가 지폈을까 저녁노을  (0) 2011.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