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동 끝에
다문다문 남으로 눈 내립니다
일없다며 마음 다잡아 외로 돌릴 때
난간에 떨어져 물방울이 되는 눈처럼
첨벙첨벙 누군가 심장 중심부로 뛰어듭니다.
오랫동안 극지로 나를 떠밀던 당신
찬 기류는 늘 내 쪽으로 흐른다는 사실이
오늘은 참 반갑습니다
이내 하늘은 발포의 순간처럼
지상으로 흰 포자들 엎지르고
뒷산 침엽 숲은 더 과묵해집니다
한 사람에게 연연해서 자꾸 필연설에 휘던 시절
자주 외압에 터지고 싶어 외유를 꿈 꿨습니다
예민해지지 말자 맨 마음에 진하게 밑줄 친 후
무기력했던 몸속으로
현 하나 날렵하게 튕겨 오르듯
뱁새 떼 예닐곱이 창을 횡단하며 긋는 금
눈은 분열하는 세포처럼 삽시에 창을 덮습니다
오랫동안 없다가 가없이 내려서는
지상을 아연하게 하는 폭설의 현장
나는 기민하게 그 속으로 스며듭니다
하지만 적도의 낯빛으로
이토록 나를 짓밟으시어
소멸의 은유로 유인하는 당신
하루 동안의 개화도 천년같아
한 사람의 뜨거움 안에 녹아 흐른다면
흘러 당신에게면
단 한번의 만발滿發도 좋겠습니다.
심 정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