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물가(詩詩한)

폭설 - 2

작은이1 2011. 2. 20. 00:02

 

 

삼동 끝에

다문다문 남으로 눈 내립니다

일없다며 마음 다잡아 외로 돌릴 때

난간에 떨어져 물방울이 되는 눈처럼

첨벙첨벙 누군가 심장 중심부로 뛰어듭니다.

오랫동안 극지로 나를 떠밀던 당신

찬 기류는 늘 내 쪽으로 흐른다는 사실이

오늘은 참 반갑습니다

이내 하늘은 발포의 순간처럼

지상으로 흰 포자들 엎지르고

뒷산 침엽 숲은 더 과묵해집니다

한 사람에게 연연해서 자꾸 필연설에 휘던 시절

자주 외압에 터지고 싶어 외유를 꿈 꿨습니다

예민해지지 말자 맨 마음에 진하게 밑줄 친 후

무기력했던 몸속으로

현 하나 날렵하게 튕겨 오르듯

뱁새 떼 예닐곱이 창을 횡단하며 긋는 금

눈은 분열하는 세포처럼 삽시에 창을 덮습니다

오랫동안 없다가 가없이 내려서는

지상을 아연하게 하는 폭설의 현장

나는 기민하게 그 속으로 스며듭니다

하지만 적도의 낯빛으로

이토록 나를 짓밟으시어

소멸의 은유로 유인하는 당신

하루 동안의 개화도 천년같아

한 사람의 뜨거움 안에 녹아 흐른다면

흘러 당신에게면

 

단 한번의 만발滿發도 좋겠습니다.

 

심 정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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