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문장(微微한)

마을이 있는 풍경

작은이1 2011. 4. 27. 22:39

마을이 있는 풍경  


도시 골짜기에
어눌한 마을이 하나 있습니다

해 저물면
누가 먼저랄 새도 없이
낮은 지붕 아래로 불빛이 모여드는
그래서
시린 어깨가 저녁 내내 정겹게 어울려
울 넘어 집까지 따신 바람이
퍼지는 마을이 있습니다

홀로 희미한 등을 켠 황해도 할아버지 집에서
그립도록 희한한 이야기가 새어나와

고만고만한 이웃을 귀기울이게 만드는
그런 어수룩한 마을이 있습니다

텃밭에 웃자란 장다리꽃 같거나
쓰임새 다한 낡은 쟁기 모양으로
닳아진 곳곳에 덕지덕지 정이 영근 마을이
도시에서 야무지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해질녁이면

제멋대로 생겨먹은 먹구름 사이로
저녁놀이 거드름 피며 놀려오는 마을
오늘 밤 이 마을이 수런거립니다
아마도

혈관처럼 누운 골목으로

어깨동무 할 사람이 또 오시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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