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물가(詩詩한)

다랑에서는

작은이1 2012. 7. 17. 00:50

다랑에서는

 

1.

다랑에서는

혼자 차를 마시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

외롭지 말아라

알전구가 가만히 내려다본다

그 사람만 본다

 

2.

다랑에서는

비도 소리로 다녀간다

멀리서 듣는 풍경소리처럼

간간히 들리는 소리

못다 쓴 편지처럼

꼭 듣고 싶은 단어처럼

귀 기울여야 들리는

다랑에서는 비도

여운을 남기며 다녀간다

 

3.

다랑에서는

오는 사람도

가는 사람도

술취한 사람도

혼자된 사람도

수더분해진다

구석마다 풍성한 고독이 함께 놀다간다

 

4.

다랑에서는

앉은 자리마다

사연들이 타래를 이룬다

누군가는 듣고

어떤 이는 고백만 한다

 

5.

다랑에서 음악 소리

늑골 안쪽 패인 자리마다

소금꽃이 피었다 사라진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가엾은 인연들

곡조마다 곡절이 사위어 간다

흔들리지 않으면

무너질 가슴들이 나든다

 

6.

다랑에서는

다문다문 들리는

발자국 소리 반갑다고

낮게 깔리는 고요가 살짝 자리를 비워준다

 

지상의 소식이 궁금해

나무는

가지가 웃자라기도 하고

옛일이 능청스레 찻상에

반주처럼 술상에 오르기도 한다

 

7.

다랑에서는

해가 뜨지 않는다고

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달이 이울지 않는다고

달 비치지 않는 것 아니다

 

사람마다 해처럼 환한 얼굴로 온다

달 같이 순한 마음

날마다 지고 뜬다

 

8.

다랑에는

집으로 돌아갈 사람만 온다

이날까지

입때까지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사람이 없다.

 

9.

다랑에서는

비오면 비온다고

바람불면 바람 분다고

안부를 묻는 사람이 있다

멀찍이 있다

 

10.

다랑에서는

차를 마시는 사람은

차만 팔아서는 못산다고

술을 마시는 사람은

차 손님은 있냐고

서로를 걱정한다

 

11.

다랑에서는

처음 온 사람은

다시 오겠다고 약속을 하고

다랑은

기다린다

올 사람은 기어이 오고야만다

'고요한 물가(詩詩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낮잠  (0) 2017.09.19
오도카니  (0) 2013.03.02
나는,  (0) 2012.07.17
유리벽에 빛이  (0) 2011.09.20
억수  (0) 2011.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