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에 이르러 나는 하루치를 살아낸 나를 들여다본다.
하루 동안 얼마나 더 옅어졌는지
모서리를 지우는 어둠이 둥글어질수록
나는 잘 보이지 않아
켜 놓은 불빛 앞으로 바짝 다가앉는다.
하루만큼 시력도 흐려져
낱말마다 후면에 어두운 그림자를 늘어뜨리고 있다.
내가 만든 흔적이
내가 잃은 기억들이
더께가 되어 구석자리에 수북하다
빈 곳마다 곰팡이 꽃으로 피는지
벽이 가렵다.
흔들린다.
나는 가만히 앉은 나를 일으켜 어제로 돌려보낸다.
살아온 내력은 불편했음을 고지하는 것처럼
어둠 더 짙어진다.
캄캄하다.
가렵던 벽이 자정을 넘어 단단해진다.
세상의 부호를 차단하려 거침없이 일어서는 벽
나는 벽을 세웠다.
얼마나 더 기립하는 자세로 서 있어야
세상의 문자를 읽어낼 수 있을까.
하늘까지 막아선 벽에 문을 내 건다.
언젠가는 빗장을 열고 환한 대낮을 걸어나갈 것이다.
스스로 용서를 구하며 섯는 벽에서
흘러나갈 것이다.
하루치 벽이 두텁게 부피를 늘인다.
존재치 않던 그리운 시절도 있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