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시 유리문 안으로 꽃망울 맺힌 난분들
가만히 시야를 끈다
반지르르한 잎맥 슬쩍 건드리자
비릿한 살냄새 비위에 강한 나는 입맛 다시며
촉을 제압해본다
대지의 색 초록, 바탕이 단단하다
황색의 복색을 세심하게 갖춰 입은 복륜의 잎
활선처럼 날렵하게 휘어 빛을 산란시킨다
나 쪽으로만 엇나지게 뻗치던
마음이 만든 그늘 깔린다
촉은 서로의 발을 포개며
의지하는 자세다
난석 위엔 연륜처럼
포름한 이끼의 단란한 집단도 한 채 거느렸다
이끼 꽃이 개화를 꿈꿀 수 있었던 것은
난이 제 소유의 터를 나누었기 때문이다
비탈도 허락 할 수 없었던 지난 시간이
달려들었다 사라진다
잎과 잎 사이 흐르는 적당한 고요
휘발성의 시간도 잠잠히 숨을 죽인다
여기까지 끌고 온
삶의 긴장 이완되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군침 삼키며 느린 셈을 하는 나의 감각기관
위아래 훑으며 나를 감별하는 주인의 눈치 재빠르다
때 맞춰 등 뒤에서 홧홧하게 달아올라준 햇볕
얼굴엔 홍반이 꽃처럼 핀다
촉의 위압에 밀린 탓일까
샷시문을 닫고 나오는 내게 화살촉을 들이대는 햇살
심 정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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