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물가(詩詩한)

어란漁卵

작은이1 2011. 3. 24. 21:58

찬으로 나온 알을 씹어본다

첫입질의 느낌이 생고무의 탄성 같다

탄력 받은 알은 이와 이 사이를

곡예 하듯 유유히 피해 다닌다

함부로 흩어지지 않겠다는 종족의 결의

서로를 끄는 힘 질기다

문득 궁금해진 어종  물메기라 한다

부정교합으로 씹기를 거듭해야

얼마쯤 물질을 분쇄시키는 나의 이齒

머리를 쥐어박듯 알맹이에 윗니를 들이대자

뽀득 앓는 소리 내지른다

추임새 모양으로 혀 놀림을 동반하면

일시에 갖추는 군무대형

조직적이다

 

이가 알을 제대로 으깨지 않은 이유는

알에 대한 일종의 예우다

연약한 생명에 대한 측은지심

그러나 알은 이미 절개시술과

불꽃을 건너온 후다

끈끈한 알을  질겅질겅 씹는 것을

주검에 대한 해닫이 의식이라 하자

생명의 순환을 이야기하며 윤회의 끝이라도 잡자

알의 기간을 물의 순환에 기록하자

종결된 짧은 생을 염하듯 구강의 기능을 늦춘다

어미가 알을 품기까지 누볐을 해저의 길도 헤아리고

아가미를 훑고 간 물살도 읽어본다

알과 알이 제 일족을 지키겠다는 듯

알집의 질긴 탄력을 씹으며

생태계의 습성 누대에 이어지기를 바란다

 

심 정 미

 

'고요한 물가(詩詩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 관조觀照하다  (0) 2011.04.29
술, 즐겨찾기  (0) 2011.04.21
봄바람 부는지 어쩌는지  (0) 2011.03.23
어스름에 잠기다  (0) 2011.03.17
난難을 만나다  (0) 2011.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