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물가(詩詩한)

꽃, 관조觀照하다

작은이1 2011. 4. 29. 15:37

 

 

 

 

벚꽃 축제날에 만개한 벚꽃 아래서

뛰놀던 아이가 넘어져 운다

일으켜진 아이는 무릎이 까졌는지

바지를 걷어 올리자

아이도 꽃 피우고 싶었던 것일까

붉은 피가 맺혀있다

저 나뭇가지도 꽃 피우기전

살 틔운다고 몸으로 울었을 것이다

오지 않는 엄마를 향해

소리 내지르는 아이처럼 그렇게

알아들을 수 없는 주파수로 고래고래 울었을 것이다

고함지르는 아이처럼

봄에는 지극히 사소한 행위도

꽃을 위한 변명 이어야한다

꽃에게 헌정 되어야한다

 

 

2

주인과 함께 온 시쥬

꽃을 응시하다 주인의 팔에 안겨 까무룩

노루잠을 청하는 것은

잠시 잠깐 꽃 꿈꾸는 것이다

잠결에 분홍 혀를 내밀어 입술을 훔치는 것은

꽃숭어리 한 사발  들이킨 후 다시는 입맛이다

코끝으로 머리카락 위로

마침내 온몸 위로 떨어지는 분홍 꽃잎

 

3

하이힐 아가씨가

남자친구의 부축을 받으며

꽃그늘 아래 자갈밭을 걷는다

하위실종 아가씨의 굵은 허벅지가

햇살에 유난할 때 머리 위로 유인하듯 꽃은 바람을 일으킨다

한 손에 잡은 솜사탕이 아가씨 뺨 쪽으로 쏠릴 때

쏜살 같이 그 남자가 몸으로 받아내는 것은

애인일까 꽃일까

누가 꽃을 따먹는지 달큼하게 부는 바람

 

4,

찍겠다는 꽃 풍경을 슬며시 미루고

꽃그늘에 앉을 때

상춘객도 꽃도 허벅지게 많아

그만 시들해졌다

다만 맥없이 앉아 꽃 우르러는 것만도

실은 꽃을 깨우는 나만의 관례다

자신만의 언어로 꽃에 열중하는 자세

한 남자가 애인에게 주기 위해 꺾는

절지 행위도 꽃 피우는 그의 방법

꽃을 받아든 아가씨가 활짝 웃는다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을 웃게 만드는 단순한 행위도

꽃 피우는 그들만의 방식이다

꽃을 위한 사람을 위한 아이러니

제 가지를 슬몃 내려놓는 꽃가지는

 

 

심 정 미
................

 

진해 벚꽃 축제가 며칠이었는지 모르겠다 축제 전날 다녀와 메모해 뒀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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