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은 자세의 남자는 꼿꼿하였다
수차례 술잔이 오르내리자
등의 표면이 수그러든다
울대를 벗어난 말들 공중에서 산화되는지
차츰 흐려지는 술집의 내부
목소리와 담배연기가 공간을 채우는 동안
각 잡힌 남자의 양복 내려놓은 긴장에 후줄근하다
어깨를 툭툭 쳐주는 말의 추임새
등허리를 감싸주는 담배연기의 다독임
어느새 남자가 웃자 미간으로 바삐 새 한 마리 스친다
웃음의 길이만큼 날개의 폭이 커지는
웃음은 남자의 활강을 돕는 듯 했다
종일 안전한 착지를 꿈꿨을 이 남자가 사는 법
술은 삶의 무게를 들어낸 듯
몇 순배 술을 들이키는 동안
집으로 끌고 가지 못할 일들 놓여난다
남자가 일어나자 양복도 구겨진 주름을 흔들어 각을 잡는다
술집을 나서는 남자의 뒷모습
배웅하듯 담배연기 문간으로 흐른다
그 남자의 직립보행에 다시 힘이 실린다
심 정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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